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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희 시인 / 또 하나의 고독
소금 구덩이 속의 염소 같던 고독, 말을 하면 할수록 말이 안 나오던 고독, 목구멍 깊숙이 허연 소금 산이 빛나던 고독, 문고리에 목을 걸고 수음을 하던 고독, 목을 졸라 주지 않으면, 수음조차도 할 수 없었던 고독, 시 같은 건 개나 주라지, 머리와 따로 노는 가발을 쓰고, 이건 19禁이 아냐, 사람禁이야. 읽는데 십 팔년, 잊는데도 십 팔년, 낄낄거리던 고독, 성령의 비둘기가 번번이 똥을 깔겨 축성해 주던 고독, 시뻘건 대낮에 헛씹을 하고, 소문 난 헛제사밥을 나눠 먹던 고독,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 때문에 눈을 감을 수가 없어, 두 눈이 시뻘겋던 고독, 사내란 십중팔구가 지뢰 아닐까, 오밤중에 문자를 보내던 고독, 걸쭉한 고깃국물 같은 안개 속에서 등을 돌리던 고독, 윤곽도 형체도 없이 뿌우연 안개로 풀어지던 고독, 꿈에 본 고독, 자신의 두개골을 깨진 화분처럼 옆구리에 끼고 서 있던 고독, 죽기도 전에 GG, 두 음절로 본인의 부음 먼저 전한 고독, 가지 못했을 수 있는 곳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고독, 입을 봉투처럼 벌리고 만 원짜리 다섯 장을 받아먹는 고독, 이제 나와는 계산이 끝난 고독,
* 파스칼 키냐르
월간 『현대문학』 2018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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