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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시인 / 달 ㅡ幼年
정월 대보름날 사촌언니를 따라 달마중을 갔다. 뒷산, 산짐승들의 집요한 눈빛을 품은 검은 숲, 일곱 개의 꼬리가 난 여우의 울음소리에 침엽의 귀가 자라는 어둠 속, 잰걸음으로 가파른 비탈길을 오를 때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보름달을 제일 먼저 맞이해야 한다는 언니의 말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목덜미를 잡아채던 어둠의 그림자도 두려움과 설레임에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보폭이 짧은 발자국마다 조바심이 묻어났다. 무릎에 스치는 마른 풀잎들의 이마가 하얗게 빛났다. 이윽고 산마루에 오르자 둥실 떠오른 달,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언니의 말이 복음처럼 들렸다. 밤하늘을 끝없이 밀고 가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서툰 중얼거림은 자꾸 입속에서 맴돌았다. 달을 향해 절을 하는 언니를 따라 나도 머리를 조아렸다. 그사이 달은 천천히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심호흡을 하자 달의 붉은 기운이 실핏줄을 타고 온 몸 구석구석 퍼졌다. 내 몸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돌아오는 길, 자꾸만 휘청거리는 몸에서 비린 냄새가 났다. 달을 심은 나는 그날부터 남몰래 달의 뿌리를 키웠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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