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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순 시인 / 내가 그곳에
우리는 주위를 돈다 트랙 밖의 트랙을 밟고 있다 정지의 시간이 있고 선과 선의 마찰 공허한 이빨이 공중에서 부딪친다 눈 밖의 눈 무엇이 지나가는지 주위는 못처럼 고요하다 한 잎과 한 잎 사이의 거리가 아프다 가까이도 멀리도 거리가 될 수 없는 무수한 거리들이 모래살처럼 숨쉬고 있다 너의 눈빛이 미치는 곳에 싹의 흔적을 보고 있다 보이지 않는 네가 거기서 어른거린다 나는 너의 넘어지는 그늘로 존재한다 손을 잡는다면 새 눈빛을 보낸다 숨소리보다 더 작게 보이지 않는 네가 일어선다 트랙을 돌고 있다 내가 그곳에 있는 이유 그것마저 없다면
시집『새들은 일요일에 약속을 하지 않는다』(시산맥, 201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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