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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금주 시인 / 최면에 걸린 집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8.

이금주 시인 / 최면에 걸린 집

 

 

      새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가끔 구로동 빈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크레바스 속에는

      어디로든 통하는 철길 하나있네.

      몸속을 훑고 지나가는 기적소리

      꼬리 길게 늘어뜨리며 빈 둥지에 걸려있네.

       

      천공된 귓속으로 들어오는

      전기밥솥의 뜸 들이는 소리.

      된장찌개 끓는 소리

      싱크대의 물소리까지

      기적이라고 하네.

       

      홀로 밥그릇을 비우네.

      길 건너 승무원 모자를 쓴 할인마트 아저씨

      일회용 커피 박스를 들고 열차에 오르네.

       

      눈발이 날리네.

      점점 굵어지네.

       

      커피포트 기적소리 긴 여운을 남기며

      우주를 가로지르는 횡단열차 떠나네.

       

      손목시계 낡은 시침소리 현을 따라

      수많은 내가 나를 찾아가는 길.

      마중 나올 나는 누구일까.

      골똘히 생각하게 하는

      하룻밤의 긴 여정이 시작되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이금주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03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으로 『혹시! 거기 있나요』, 『나는 돌고 있다』가 있음. 한국문학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