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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시인 / 동물원 연대
맹수의 고독한 눈을 들여다보는 순간 나의 고독은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지 앞발을 모아 고깃덩일 뜯는 중에도 설명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들은 고독해 시멘트벽에 등을 비비거나 물웅덩이에 반쯤 잠겨 있을 때도 벌어진 입은 소리 없는 절규에 가깝지
매운 겨울, 햇살 부서지는 동물원 포장길을 반나절 걷다보면 느릿느릿 쓸쓸해지지 설탕을 잔뜩 바른 츄러스도 모래처럼 씹히고 정성껏 싸온 김밥도 돌덩이처럼 굳어버렸다네 정지화면이 되어버린 동물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관람하느라 느릿느릿 다리가 아파오고 분뇨냄새에 코가 마비될 즈음 문득, 이런 고백을 하게 될지도 몰라
먼 시간 속 별들의 기원을 잊은 인간들이 억양을 바꾸거나 몸빛을 고르는 중에도 몹시 고독해 한다는 것 퇴화된 꼬리뼈가 저려올 때까지 망설이며 떨던 구애의 순간에도 데리고 온 고독은 어쩌지 못하고 사파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대며 스마일, 스마일 외치는 것도 어쩌면 고독에 등 돌리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러니 저기 원숭이나 타조 울타리에 매달려 자신을 닮은 어떤 고독에게 당근을 열심히 흔들어야 한다는 것도
고독에 몸서리칠 땐 겨울, 동물원에 가봐 마른 고독이 경계도 없이 대평원의 지름을 늘리고 있을 테니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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