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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명 시인 / 등공(騰空)

by 파스칼바이런 2019. 8. 4.

이명 시인 / 등공(騰空)

 

 

      70마일 도로에서

      정신없이 100마일로 달린 적 있다.

       

      말을 타고 달리다 돌아보며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는 인디언처럼.

       

      해변에서

      따라오지 못한 내 영혼을 기다린 적 있다.

      내 청춘이 다하지 않은 날이었다.

       

      내 영혼이 몸을 떠나 우주로 달릴 때가 있다.

      설중매 피고 폭설 내리는 산중에서

      미처 따라오지 못한 몸을 기다리는 영혼을 만난 적 있다.

       

      터미널에서

      몸속에 갇혀있던 내 영혼이 먼저 버스에서 내리는 당신에게로 가

      좋아라, 미소 짓는 당신을 만난 적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이명(李溟) 시인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분천동 본가입납』,『앵무새 학당』,『벌레문법』,『벽암과 놀다』,『텃골에 와서』등이 있음. 2013년 목포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