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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영수 시인 / 언니의 사랑

by 파스칼바이런 2019. 8. 4.

한영수 시인 / 언니의 사랑

 

 

        조금 더 어려운 장소다.

        구월도 오후 세시

        매미가 울고 있다.

         

        직벽이 선다.

        붉고 푸른 회오리

         

        언니의 사랑은 이런 거다.

        손톱 하나 집어넣을 틈이 없는

         

        매미 울음 곁에

        두 발을 두고

        언니의 계절을 두른다.

         

        구름이 피어난다.

        동남풍 아니어도

        희고 아득한 높이

         

        약속이 있었다

        전속력으로 달려온다.

         

        바이칼호수에서 시작했다.

        툰드라의 침엽을 기어

        아홉 개의 겨울을 횡단하고 지금.

         

        언니의 사랑이 도착했다.

        겨우 숨 쉬는 입술을 모아

        최후의 오줌을 짓이겨 울대를 세웠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한영수 시인

2010년 《서정시학》 으로 등단. 시집으로 『케냐의 장미』, 『꽃의 좌표』, 『눈송이에 방을 들였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