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수 시인 / 언니의 사랑
조금 더 어려운 장소다. 구월도 오후 세시 매미가 울고 있다.
직벽이 선다. 붉고 푸른 회오리
언니의 사랑은 이런 거다. 손톱 하나 집어넣을 틈이 없는
매미 울음 곁에 두 발을 두고 언니의 계절을 두른다.
구름이 피어난다. 동남풍 아니어도 희고 아득한 높이
약속이 있었다 전속력으로 달려온다.
바이칼호수에서 시작했다. 툰드라의 침엽을 기어 아홉 개의 겨울을 횡단하고 지금.
언니의 사랑이 도착했다. 겨우 숨 쉬는 입술을 모아 최후의 오줌을 짓이겨 울대를 세웠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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