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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승기 시인 /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4.

김승기 시인 /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꽃은 기호학이다

 

  사진으로든 동영상으로든 카메라에 담으면

  얼굴 목소리, 마음과 정신은 물론 체취와

  입은 옷까지도 모두

  숫자 알파벳 특수문자를 조합한

  기호로 되어 있다

 

  그림으로든 사진으로든 음악으로든

  세상을 인수분해하면

  수없이 나열된 기호가

  이차삼차방정식과 삼각함수로 뒤엉켜

  하나의 소스로 갇혀 있다

 

  그래서 그랬을까

  어느 날 문득 내게로 온 당신은

  꺼이꺼이 하루 종일 울었다

  살려 달라고

  죽더라도 부검하지 말고 적분하여

  꽃으로 살게 해 달라고,

 

  학교 과학실험실에서 개구리 해부하듯

  수학시간 미분을 하듯

  세상이 죽으면,

  영원히 살지 못하는 기호로 남을까

 

  꽃은

  도무지 뜻을 헤아릴 수 없는 기호학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5월호 발표

 

 


 

김승기 시인

1995년 황금찬, 허영자, 이성교 추천으로 계간 《詩마을》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과 시선집『그냥 꽃이면 된다』가 있음. 2006년 제2회 세계한민족문학상 수상,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