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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연옥 시인 / 휴면

by 파스칼바이런 2019. 11. 16.

이연옥 시인 / 휴면

 

 

  시야가 아랫집 지붕에 있는 동안

  마지막 계단이 계단을 밀며 하강이다

  우두둑 소리 난 발목이 전쟁에서 밀리는 졸 같다

  마차놀이인가

  뚫고 나갈 말이 나동그라져 진영 밖이다

  뼈마디가 쑤신다

 

  앞으로 만 달리던 방법을 바꾸어

  감은 붕대를 계단에 올려두고

  한쪽발로 구름에 들었다

  구름으로 숨었어

 

  마차는 기다리고

 

  아무렇지 않게 흰 기린이 태어나고

  부러진 반경을 비울 수 있어서 좋다고 해

  그가 울먹였지

  발목을 쭉 펴 하얗게 기린답게

 

  마차는 기다리고

  구름에서 계단까지

 

  언젠가 돌아가겠지만 기다림은 슬픔을 미화시켜

  기린의 걸음으로

  비울 수 없지만 비울 수 있어서

  슬픔이 피어나지

  뚫고 나간 말이 문을 열 때

  휴면에서 깨어나지

 

웹진 『시인광장』 2017년 10월호 발표

 

 


 

이연옥 시인

경기도 시흥에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2010년 ≪예술가≫ 겨울호 등단. 시집으로는『산풀향 내리면 이슬이 되고』(한강출판사, 1999),『연밭에 이는 바람』(월간문학, 2008),『나비의 시간』(현대시학, 2016)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