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시인 / 타이어 연대기
굴러갈 수 없는 바퀴 멈춘 바퀴는 더 이상 존재가 아니다 평생 노동을 끌고 다니며 우툴두툴한 바닥을 수도 없이 부딪히며 살아왔으나 굴러가는 일 당연하다며 그 고단한 노동을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았다 기계인 삶은 감정도 자존심도 모두 버리고 살아야 하는 것 오로지 벌어야 하는 이유만 있었지 어느새 바람도 빠지고 바퀴가 다 닳아버린 땅끝에서 풀썩 그렇게 인생 하나가 펑크가 났다 멋대로 세상을 휘젓고 다니던 직립의 생애가 동그랗게 말렸다 살아야 했으므로 버텨야 했으므로 그로 인해 묵직해진 삶을 한순간에 주저 앉힌 생애라는 것 거칠고 어수선했으므로 사는 동안 수도 없이 절름거렸을 생애라는 것 그리하여 그리하므로 그리했으므로 그리해야 하므로 시간 앞에 무릎을 꺾고 또다시 무거운 적층의 바퀴를 돌려야만 하는 또 누군가의 생애라는 것
계간 『포엠포엠』 2017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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