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근대)

박재삼 시인 / 攝理靜寂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29.

박재삼 시인 / 攝理靜寂

 

 

바위는 바위로 더불어 磐石의 부피를 갖고 모질게 서로 악물고 있었다. 고운 살결이 서로 닿는, 또는 입을 맞출 때 같은 感觸의 間隙이 마련되었다. 비로소 거기에서는 九天의 물이 스며나고 있었다. 아직 여울을 이루지는 않은, 그 스며나기 뿐인 물에서는 거품 같은 것이 일지 않았다.

 

그 다음, 이 鮎景과 나와의 또한 압축된 靜寂의 間隙에서도 무엇인가 本然한 것이, 저 물 같은 것으로 스며나올 법도 한 일이나 그것을 미처 세심히 알아차리기 전에 나는 이미 낭자한 새소리에 귀가 돌고 있었다.

 

월간 『현대문학』 1955년 서정주 추천으로 발표(시)

 

 


 

 

박재삼 시인 / 攝理

 

 

  그냥 인고(忍苦)하여 수목이 지킨 이 자리와

  눈엽(嫩葉)이 봄을 깔던 하늘마리 알고 보면

  무언지 밝은 둘레로 눈물겨워도 오는가

 

  신록 속에 감추인 은혜로운 빛깔도

  한량없는 그 숨결 아직은 모르는데

  철없이 마음 설레어 미소지어도 보는가

 

  어디메 물레바퀴가 멎은 여운처럼

  걷잡을 수 없는 슬기 차라리 잔으로 넘쳐

  동경은 원시로웁기 길이 임만 부르니라

 

월간 『현대문학』 1955년 유치환 추천으로 발표(시조)

 

 


 

박재삼 [朴在森, 1933. 4.10 ~ 1997. 6.8] 시인

1933년 4월10일 일본 동경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중퇴. 1955년 《현대문학》 추천을 통해〈정적〉(서정주 추천), 〈섭리〉(유치환 추천)가 발표되어 등단. 시집으로 『춘향이 마음』, 『햇빛 속에서』, 『천년의 바람』, 『 어린 것들 옆에서』,  『뜨거운 달』,  『비 듣는 가을나무』,  『추억에서』,  『대관령 근처』, 『찬란한 미지수』,  『사랑이여』,  『해와 달의 궤적』 , 『은 푸른 빛을 피하고』, 『허무에 갇혀』, 『다시 그리움으로』가 있음.

그외 시선집과 수필집이 다수 출간. 이후 현대문학 시인상, 문교부 주관 문예상, 제9회 한국시협상, 제7회 노산문학상, 제10회 한국문학작가상 등을 수상. 15권의 창작시집과 8권의 수필집을 펴냄. 1997년 6월8일 10여 년의 투명생활 끝에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