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시인 / 攝理靜寂
바위는 바위로 더불어 磐石의 부피를 갖고 모질게 서로 악물고 있었다. 고운 살결이 서로 닿는, 또는 입을 맞출 때 같은 感觸의 間隙이 마련되었다. 비로소 거기에서는 九天의 물이 스며나고 있었다. 아직 여울을 이루지는 않은, 그 스며나기 뿐인 물에서는 거품 같은 것이 일지 않았다.
그 다음, 이 鮎景과 나와의 또한 압축된 靜寂의 間隙에서도 무엇인가 本然한 것이, 저 물 같은 것으로 스며나올 법도 한 일이나 그것을 미처 세심히 알아차리기 전에 나는 이미 낭자한 새소리에 귀가 돌고 있었다.
월간 『현대문학』 1955년 서정주 추천으로 발표(시)
박재삼 시인 / 攝理
그냥 인고(忍苦)하여 수목이 지킨 이 자리와 눈엽(嫩葉)이 봄을 깔던 하늘마리 알고 보면 무언지 밝은 둘레로 눈물겨워도 오는가
신록 속에 감추인 은혜로운 빛깔도 한량없는 그 숨결 아직은 모르는데 철없이 마음 설레어 미소지어도 보는가
어디메 물레바퀴가 멎은 여운처럼 걷잡을 수 없는 슬기 차라리 잔으로 넘쳐 동경은 원시로웁기 길이 임만 부르니라
월간 『현대문학』 1955년 유치환 추천으로 발표(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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