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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서정주 시인 / 벽(壁)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30.

서정주 시인 / 벽(壁)

 

 

  덧없이 바래보든 壁 에 지치어

  불과 時計를 나란이 죽이고

 

  어제도 내일도 오늘도 아닌

  여긔도 저긔도 거긔도 아닌

 

  꺼저드는 어둠속 반딧불처럼 까물거려

  靜止한 「나」의

 「나」의 서름은 벙어리처럼…

 

  이제 진달래꽃 벼랑 햇볓에 붉게 타오르는 봄날이 오면

  壁차고 나가 목매어 울리라! 벙어리처럼

  오 ― 壁아.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서정주[徐廷柱,1915.5.18 ~ 2000.12.24] 시인

1915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 중앙고보와 중앙 불교학원에서 수학. 1936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벽〉이 당선되어 등단. 첫시집 『화사집(花蛇集)』(1941) 이후 『귀촉도(歸蜀途)』(1948), 『신라초(新羅抄)』(1961),『동천(冬天)』(1969), 『鶴이 울고 간 날들의 시』(1982), 『산시』(1991) 등 다수의 시집과 시전문 동인지『시인부락』 간행. 조선청년문학가협회·한국문학가협회 시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 이사장·동국대 교수 역임. 5·16문학상·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의 다수의 賞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