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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 시인 / 은단시리즈 1
우리 은밀해진 사이일까요.
목멘 사람의 집을 사이에 두고 웃는, 비 때문인가요. 난로의 장작불은 방향도 없이 타 오르고
목덜미로 옮겨 붙은 불꽃은 곧 사그라지고 말겠죠. 흥분은 금물이에요. 잠시
시선을 돌려요. 괜찮으시면 입안에 꽃 한 번 피워 보실래요. 구린내 나는 입속 가득 꽃이 피는 날에는 포터 위의 사다리가 몸을 바꿔 하늘 길을 열진 않을까,
꿈꿔 보기도 해요. 피가 베이도록 움켜 쥔 밧줄의 손이 발견되기 전까지 은단으로 전 환했거든요.
눈치 채셨나요.
마당의 수선화가 휘파람으로 태어나도 첼로의 연주는 더 이상 켜지 않는다는 걸.
그러지 말고 동글동글 화하게 우리 다시 은밀해져요. 비가 오는 밤이잖아요. 녹아내리다 멀어져 간 10초 목덜미를 위해 장작으로 활활 타 보는 건 어때요.
년간지 『시애(詩愛)』 2017년 11호 발표
김루 시인 / 종일 흩날리는
이 감정을 순전히 거짓이라 말할 순 없다
금요일의 상상 나무의 피로 빚은 점심의 국수는 역류 중이다
maybe...입니다 암호처럼 날아든 당신의 문자는 느티나무 아래서 흩날리다 비굴함에 녹고 가벼움에 녹고 TV 속 검은눈알바트로스의, 그러다 암전
잘못 삼킨 해변의 발가락인 냥 게워내고 또 게워내도 필사할 수 없는,
편의점 앞 청춘들의 연애는 뜨겁고
폐경을 향해 걸어가는 나는 붉은 등이 켜진 감정의 스프링클러 앞에서 거짓으로 전할 수 없는 maybe...입니다, 그렇습니까?
눈 먼 당신에게 모가지를 꺾어서라도 골몰해 질 수 있기를
월간 『현대시학』 2010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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