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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소영 시인 / 은산철벽이라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0.

송소영 시인 / 은산철벽이라도

 

 

  바쁜 월요일 아침

  립스틱을 바르려 손거울을 들었다

  갑자기 은산철벽이 눈앞을 가로 막았다 얼굴이 없다

  파우치 속에서 걀걀대던 쪼개진 눈썹연필도

  덩달아 놀라 숨을 멈추고 고요해졌다

  고개를 흔들고

  눈을 감았다 천천히 떴다

  꽉 막힌 것의 실체는 거울의 은색 뒷면이었다

  난공불락의 철벽이 아니었다

  시간을 벌은 난

  죽을병과의 만남을 연습하기로 했다

  은산철벽을 두들겨 보기로 했다

 

  다시 어질병이 돋는 요즘, 나는

  따듯함이 묻어나는 죽음의 굽은 어깨를 잡고

  시간의 깊은 눈과 마주하려 든다

 

계간 『시산맥』 2016년 가을호 발표

 

 


 

 

송소영 시인 / 누구의 발자국일까

 

 

  사막 공로를 타고 온 자동차는

  외진 곳에 등짐과 함께 잠시 눕혀놓고

  혜초를 따라 타클라마칸 사막 속으로 들어왔다

  손짓하는 부드러운 모래등성이

  맨발로 그의 발자국을 느껴본다

  시간이 모래물결처럼 흘러내린다

  영겁을 오고 간 햇볕에

  마침내 비틀대는 이 발자국은

  누구의 발자국일까

  천이백여 년 전의 혜초일까

  지금 이 순간의 나일까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서

  늘 부서지는 가여운 육신

 

  구름이 몰려와 열기를 식혀주는 밤

 

월간 『PHOTO 경기』 2015년 12월호 발표

 

 


 

송소영 시인

대전에서 출생. 2009년 《문학·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사랑의 존재』가 있음. 수원문학 젊은작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