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인 /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 . .
......................
그리고 다시 돌아 오리라.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바람되어 햇살되어 달빛되어 별빛되어 때로는 한겨울에 눈 으로 때로는 창가를 적시는 빗물로
언제까지나 당신 곁에 머무리 ... 사랑하는 이여 이제는 안녕 우리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안녕 ......
난 당신을 사랑하였습니다.
그대는 받아들여졌다.
천상병 시인 / 곡차
나는 무수한 우수한 사람들 아는데 이분들게 감사론 말씀 이는데 다만 묵묵부답이다.
나의 18번(十八番)은 그저 곡차(막걸리)마시는 것 뿐인데 저녁 6시에 한통 사면 옆의 처남 부르고 몇 시간이고 가니 어찌 술이라 하겠는가?
인생은 소중(所重)하고 고귀(高貴)한 것이니 함부로 헛되게 쓸소냐? 중국의 만만디이(慢慢的)란 말은 일을 서둘지 않고 급하거든 멀리 가라는 인생 탐욕인데 이 탐욕앞에서는 그저 허허 웃음뿐이다. 우리는, 시간을 아껴 쓰는 것 좋고 다 좋지만은 인생을 느끈하게 복되게 사는 것을
무슨 일 하고도 바꾸지 말 일이다.
- 제2부. 젊을을 다오! 중(中)
천상병 시인 / 광화문 근처의 행복
광화문에, 옛 이승만독재와 과감하게 투쟁했던 신문사 그 신문사의 논설위원인 소설가 오상원은 나의 다정한 친구.
어쩌다 만나고픈 생각에 전화 걸면 기어코 나의 단골인 '아리랑' 다방에 찾아온 그. 모월 모일, 또 그랬더니 와서는 내 찻값을 내고 그리고 천 원짜리 두 개를 주는데 - 나는 그 때
"오늘만은 나도 이렇게 있다"고 포켓에서 이천 원 끄집어 내어 명백히 보였는데도 "귀찮아! 귀찮아!"하면서 자기 단골 맥주집으로의 길을 가던 사나이! 그 단골집은 얼마 안 떨어진 곳인데 자유당 때 휴간(休刊)당하기도 했던 신문사의 부장 지낸 양반이 경영하는 집으로 셋이서 그리고 내 마누라까지 참석케 해서 자유와 행복의 봄을 - 꽃동산을 - 이룬 적이 있었습니다.
하느님! 저와 같은 버러지에게 어찌 그런 시간이 있게 했습니까?
천상병 시인 / 구름
하늘에 둥둥 떠있는 구름은 지상을 살피러 온 천사님들의 휴식처가 아닐까.
하느님을 도우는 천사님이시여 즐겁게 쉬고 가시고 잘되어 가더라고 말씀하소서.
눈에 안 보이기에 우리가 함부로 할지 모르오니 널리 용서하소서.
천상병 시인 / 기쁨
친구가 멀리서 와, 재미있는 이야길 하면, 나는 킬킬 웃어 제킨다.
그때 나는 기쁜 것이다. 기쁨이란 뭐냐? 라고요? 허나 난 웃을 뿐.
기쁨이 크면 웃을 따름, 꼬치꼬치 캐묻지 말아라. 그저 웃음으로 마음이 찬다.
아주 좋은 일이 있을 때, 생색이 나고 활기가 나고 하늘마저 다정한 누님 같다.
천상병 시인 / 길
길은 끝이 없구나 강에 닿을 때는 다리가 있고 나룻배가 있다. 그리고 항구의 바닷가에 이르면 여객선이 있어서 바다 위를 가게 한다.
길은 막힌 데가 없구나 가로막는 벽도 없고 하늘만이 푸르고 벗이고 하늘만이 길을 인도한다. 그러니 길은 영원하다.
천상병 시인 / 길.1
옛날에는 도학자(道學者)들이 있어서 죽림칠현(竹林七賢)이니 하여 소풍하였다. 강변같은 명산대처(名山大處)에서 왕초들이었다.
길이라고 어리석게 인식할 것이 아니다. 도대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것인지 알똥말똥이다. 옆으로 길다랗다 뿐이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가기에도 꾸불꾸불 길을 따라가고, 사람은 버러지처럼 길에 밀착(密着)되었다.
닮은 것은 강이다. 상류에서 하류로 하구(河口)에서 바다로, 다르다면 고기들이 있다는 것 아닌가!
다리를 건너면 또 계속하여 길이니, 길은 이 지상의 왕초다. 해의 궤적(軌跡)조차 자리는 없다.
- 제5부. 내 영혼의 빈터에 햇살이 퍼질때 중(中)
천상병 시인 / 김일성이라는 새끼
우리나라 신문에서나 방송에서나 잡지에서 '김일성의 독재'라고만 하지 '36년 독재'란 말은 아니 합니다. 잠깐 독재라도 호되게 당하는 판국인데 36년이나 혼자세상이었다니 아무리 공산국이라도 이건 역사상 처음 일입니다.
공산국의 독재는 흔해 빠지지만 스탈린의 소련 독재도 30년 정도였는데 36년이라니 요런 놈은 인간이 아니라 새끼입니다. 말하자면 공산주의의 악독성을 밝히는 포스터같은 짐승입니다.
아들 정일을 후계자로 지명했다니 요놈은 공산주의의 원리조차 모르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진시황같은 욕심쟁이입니다!
사람이 사람다와야 말이 통하지 요따위 사람탈 뒤집어 쓴 숫짐승하고 무슨말 하시겠다니 우리 전두한 대통령님께서는 너무나 너무나한 나이팅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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