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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소운 시인 / 나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18.

한소운 시인 / 나무

 

 

  나는 한 가지 체위만을 고집 한다

 

  내 살아온 이력

  근본 없이는 똑바로 설 수 없기에

  산그늘보다 더 깊은 뿌리 하나쯤 내리고

  고요히 선정에 들 때면

  깊은 하늘 날던 새들도

  가만 내 어깨로 내려와

  詩나부랭 詩나부랭 문장을 만들다

  구름 한 장 북 찢어버리고

  포로로 하늘 속으로 날아간 오후

  여러 가지 체위 법을 논하는 시인들은

  아직도 난해한 說을 풀어 놓지만

  나는 죽어도 무릎 꿇지 않는

  예나 지금이나 한 가지 체위만을 고집한다

 

계간 『시와 시학』 2011년 봄호 발표

 

 


 

 

한소운 시인 / 땡볕

 

 

  허공이 내 몸에 들어와 숨을 쉬면

  북극에서 보내온 시집을 읽는다

  시집 속의 세상에 빠져

  시인도 잊고 시도 잊고

  거기 어디쯤,

  사철 눈과 얼음의 동토

  하르당에르 빙원을 넘어가다

  간간히 보이는 독가촌

  무한고독에 든 당신 모습,

  당신을 부를 때마다

  여러 번 주저앉게 했던

  나의 무릎

  참 힘이 세다

 

  이별의 말을 준비하다 끝내

  두 손만 꼭 잡았다 놓았을 뿐인데

  손가락의 온기가 눈물로 흐르던

  그날 이후,

  태양의 혓바닥이 수시로 내 가슴을 훑고 간다

 

계간 『시와 문화』 2011년 겨울호 발표

 

 


 

한소운 시인

1998년 《예술세계》를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그 길 위에 서면』과 『아직도 그대의 부재가 궁금하다』 그리고 예술기행집 『황홀한 명작여행』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