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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정지용 시인 / 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29.

정지용 시인 / 비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山)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낱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문장>(1941)-

 

 


 

 

정지용 시인 / 말(馬)

 

 

말아, 다락 같은 말아

너는 점잔도 하다마는

너는 왜 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 편인 말아

검정콩 푸렁콩을 주마

 

이 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 데 달을 보며 잔다.

 

 -<정지용시집>(1935)-

 

 


 

정지용[鄭芝溶, 1902.5.15 ~ 1950.9.25] 시인

1902년 충북 옥천 에서 출생. 휘문고보 재학 시절《서광》창간호에 소설 〈삼인〉을 발표하였으며, 일본 유학시절에는 대표작의 하나인 〈향수〉를 썼음. 1930년에 시문학 동인으로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전개, 해방이 되서는 이화여대와 서울대에 출강하여 시론, 수필, 평문을 발표. 한국 전쟁 중 납북되어 이후 행적은 알지 못하나 북한이 최근 발간한 조선대백과사전에 1950년 9월

25일 사망했다고기록되어 있음. 주요 저서로는 『정지용 시집』, 『백록담』, 『지용문학독본』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