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우 시인 / 달밤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 <문장>(1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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