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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오장환 시인 / 고향 앞에서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4.

오장환 시인 / 고향 앞에서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잔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상고 : 장수

 

-<인문평론>(1940)-

 

 


 

오장환 시인[吳章煥, 1918.5.5 ~ 미상]

본관은 해주(海州). 충청북도 보은에서 출생. 휘문고등보통학교 졸업. 일본 메이지대학(明治大學) 전문부 중퇴. 1933년 휘문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朝鮮文學(조선문학) ≫에 〈목욕간〉을 발표하며 등단. 1936년 서정주(徐廷柱)·김동리(金東里)·여상현(呂尙玄)·함형수(咸亨洙) 등과 〈詩人部落(시인부락)〉 동인으로 본격적인 詩作 활동 시작. 시집으로 『성벽 城壁』(1937)·『헌사 獻辭』(1939)·『병(病)든 서울』(1946)·『나 사는 곳』(1947) 등과 번역시집 『에세닌 시집(詩集)』(動向社, 1946)이 있음. 월북 이후 시집 『붉은 깃발』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