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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장만영 시인 / 달·포도·잎사귀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3.

장만영 시인 / 달·포도·잎사귀

 

 

순이, 벌레 우는 고풍(古風)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 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 바다 물처럼

푸른

가을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넝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호젓하구나.

 

-<시건설>(1936)-

 

 


 

 

장만영(張萬榮.1914.1.25∼1975.10.8) 시인

호 초애(草涯). 황해도 연백(延白) 출생. 경성 제2고보를 거쳐 도일하여 도쿄(東京) 미자키(三崎) 영어학교 고등과를 졸업하였다. 1932년 [동광(東光)]지에 투고한 시 <봄노래>로 김억(金億)의 추천을 받으면서 데뷔, 그 후 <마을의 여름밤> <겨울밤의 환상(幻想)> <비 걷은 아침> 등을 계속 발표했다.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도시 대신 농촌, 문명 대신 자연을 소재로 하여 동심에 가까운 전원적인 정서를 서정적ㆍ현대적인 감성으로 읊은 것이 그의 시의 특징이다. 1937년 제1시집 <양(羊)>을 간행하여 최재서(崔載瑞) 등으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1939년 제2시집 <축제(祝祭)>를 간행하고 1948년 출판사 [산호장(珊瑚莊)]과 백천온천(白川溫泉)을 자영하기도 했다. 1954년 서울신문 출판국장, 1957년 한국시인협회 결성에 참여, 부회장(1959), 회장(1966) 역임. 만년에는 별로 시작 활동을 하지 않았다. 묘지 : 용인 공원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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