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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이호우 시인 / 달밤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3.

이호우 시인 / 달밤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 <문장>(1940) -

 

 


 

이호우 시인

시조시인. 아호는 이호우(爾豪愚). 경상북도 청도(淸道) 출생. 1924년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였으나 28년 신경쇠약증세로 낙향하였고, 29년에 일본 도쿄예술대학[東京藝術大學]에 유학하였으나 신경쇠약증세의 재발과 위장병으로 귀국하였다. 시작활동은 39년 동아일보 <투고란>에 <낙엽>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고, 40년 《문장》에 이병기(李秉岐)의 추천으로 <달밤>이 실리면서 본격화되었다.

광복 후 대구일보 편집과 경영에도 참여하였다. 55년 첫시조집 《이호우시조집》을 간행하였고, 그 후의 작품들을 모아 68년 《휴화산(休火山)》을 발간하였다. <달밤>에서와 같이 범상한 제재를 선택하여 평이하게 쓴 것이 초기 작품의 특징이라면 《휴화산》에서는 인간 욕망의 승화와 안주적 경지를 나타내고 있다. 55년 첫시조집으로 제 1 회 경북문화상을 받았고 72년 대구(大邱) 남산공원에 시비가 세워졌다. 55년 첫시조집으로 제 1 회 경복문화상을 받았고, 편저로 《고금시조정해(古今時調精解)》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