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 시인 / 꿈에 본 사람
꿈에 본 사람- 그러나 내가 눈을 뜨고 다리를 놀리어 都會로 거러가면서
그의 머리는 줌억만하고 그의 몸은 사람의 三倍나 되게 크다 그리고 그는 華麗한 비단:옷을 입엇다
꿈에 본 사람! 그러나 내가 눈을 뜨고 다리를 놀리어 山村으로 거러가면서
그의 머리는 큰 박만 하고 그의 몸은 참혹하게 뼈만 앙상하다 그리고 그는 떨어진 베:옷을 입엇다 * * * * 아! 어찌한 對照! 아! 어찌한 幻覺!
- 開闢, 1921년 6월
김형원 시인 / 그리운 강남
1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이 땅에도 또다시 봄이 온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강남을 어서 가세(후렴)
2 삼월도 초하루 당해 오면은 가뜩이나 들썩한 이 내 가슴에 제비 떼 날러와 지저귄다네
3 강남이 어딘지 누가 알리오 맘 홀로 그려진 열도 두 해에 가 본적 없으니 제비만 안다네
4 집집에 옹달샘 저절로 솟고 가시 보시 맞잡아 즐겨 살으니 천년이 하루라 평화하다네
5 저마다 일하여 제 살이하고 이웃과 이웃이 서로 믿으니 빼앗고 다툼이 애적에 없다네
6 하늘이 풀리면 나가 일하고 별 아래 모이면 노래부르니 이 나라 이름이 강남이라네
7 그리운 저 강남 두고 못 감은 삼천리 물길이 어려움인가 이 발목 상한지 오램이라네
8 그리운 저 강남 언제나 갈가 구월도 구일은 해마다 와도 제비 떼 갈 제는 혼자만 간다네
9 그리운 저 강남 건너가려면 제비 떼 뭉치듯 서로 뭉치세 상해도 발이면 가면 간다네
김형원 시인 / 그대가 물으면
그대가 물으면, 그대가 나의 마음을 물으면, 천 겹의 뒤웅박 속에 들어서 어리석은 농(農)부(夫)의 손으로 시렁에 얹힌 담배씨 한 알이라고 대답하리라.
그대가 물으면, 그대가 나의 마음을 물으면, 씨 뿌리는 봄철은 지나가랴 하되 잊음성 많은 농(農)부(夫)의 버릇이 뒤웅박을 그대로 시렁에 얹어 두어서 싹 나랴다가 시드는 씨앗이라고 하리라.
그대가 물으면, 그대가 나의 마음을 물으면, 그러나 아직도 삶의 힘은 남아 있다 대(大)지(地)의 품에 들기만 하면 말랐던 삶의 씨도 살아나리라고 나는 대답하리라, 쾌(快)히 대답하리라.
김형원 시인 / 감사
더러운 때가 더덕더덕 붙은 발을 함부로 담궈도 흔연한 얼굴로 즐겁게 노래만 하며 흘러가는 깊은 골 바위 사이 시냇물이여 침을 뱉고 돌멩이를 던져도 한결같이 생글거리는 시냇물이여 매달려도, 괴롭다 아니 하는 가냘픈 나무 가지여 흘겨보아도 피할 줄 모르는 숲 사이의 흰구름이여
아, 나는 그대들에게 감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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