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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신석초 시인 / 돌팔매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8. 5.

신석초 시인 / 돌팔매

 

 

바다에, 끝없는

물ㅅ결 위으로,

내, 돌팔매질을 하다.

허무에 쏘는 화살셈 치고서.

 

돌알은 잠ㅅ간

물연기를 일고,

금빛으로 빛나다

그마, 자취도 없이 사라지다.

 

오오, 바다여!

내 화살을

어디다, 감추어 버렸나,

 

바다에,

끝없는 묻ㅅ결은,

그냥, 가마득할 뿐......


석초시집, 을유문화사, 1946

 

 


 

 

신석초 시인 / 고풍(古風)

 

 

분홍색 회장저고리

남끝동 자주고름

긴 치맛자락을

살며시 치켜들고


치마밑으로 하얀

외씨버선이 고와라.


멋들어진 어여머리

화관 족두리에

황금 용잠 고와라.


은은한 장지 그리메

새 치장하고 다소곳이

아침 난간에 섰다.

 

< 시문학>1971.7 .창간호

 

 


 

 

신석초 시인 / 삼각산 옆에서

 

 

이 산 밑에 와 있네.

내 흰 구름송이나 보며

이 곳에 있네.

 

꽃이나 술에

묻히어 살던

도연명(陶淵明)이 아니어라.

 

어느 땅엔들

가난이야 없으랴만

마음의 가난은 더욱 고달파라.

 

눈 깨면 환히 열리는 산

눈 어리는 삼각산 기슭

너의 자락에 내 그리움과

아쉬움을 담으리.

 

소스라쳐 깬 하늘 같은 것

출렁이는 바다 물결 같은 것

깊고 또 높은 것이여.

이 산밑에 와 있네.

내, 흰 구름송이나 보며

이곳에 있네.

 

< 현대문학>1963.10.에[삼각산 밑에서]라는 제목으로 발표

 

 


 

신석초(申石艸) 시인 / 1909~1975

충남 서천 출생. 본명은 응식(應植). 경성제일보를 거쳐 일본 호오세이(法政)대학 철학과 수학. 신유인(申維仁)이라는 필명으로 카프 진영의 비평가로 활동하다 전향함. 1935년 자신이 편집에 관여했던 잡지<신조선>에 [비취단장(翡翠斷章]을 발표하면서 시작활동을 시작함. 고전적 혹은 전통적인 소재를 주로 다룸. 시집으로 <석초시집>(1946), <바라춤>(1956), <폭풍의 노래>(1974), <수유동운(水踰洞韻)>(197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