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윤숙 시인 / 나의 별
밤마다 나의 창문 가에
밤 새워 깨어 있는 나의 별아
너와 나 사이 길은 멀고도 멀어
저녁이면 내어미는 이 팔이
오늘 밤도 창문턱에 고달피 누웠다
이 마음에 떠 있는 그 사람과 같이도
영원히 푸르러 있는 나의 별아
너와 나 사이 길은 꿈같이도 아득해
밤마다 헤엄치는 나의 나래는
오늘 밤도 내 자리에 피곤히 돌아오노라
오오! 나의 별 사랑하는 너
나는 너의 푸른 눈동자에 취하여
맑은 영혼의 강변에 잠들고 싶다
맘 아픈 인생의 허무한 잠꼬대를
너의 빛 아래에서 산산히 깨쳐 보고 싶다
이 마음의 그리움이 구슬로 되었다면
흩어진 설움의 이 내 곡조를
한 줄 두 줄 이어서 그 하늘에 매이련만
기인 창공은 높고도 멀어
그리운 이 꿈은 깰 길도 없어라.
빛나는 지역, 조선장문사, 1933
모윤숙 시인 / 이 생명을
임이 부르시면 달려가지요. 금띠로 장식한 치마가 없어도 진주로 꿰맨 목도리가 없어도 임이 오라시면 나는 가지요.
임이 살라시면 사오리다. 먹을것 메말라 창고가 비었어도 빚 더미로 엠집 채찍 맞으면서도 임이 살라시면 나는 살아요.
죽음으로 깊을 길이 있다면 죽지요. 빈 손으로 임의 앞을 지나다니요. 내 임의 원이라면 이 생명을 아끼오리. 이 심장의 온 피를 다 빼어 바치리다.
무엔들 사양하리, 무엔들 안 바치리. 창백한 수족에 힘 나실 일이라면 파리한 임의 손을 버리고 가다니요. 힘 잃은 그 무릎을 버리고 가다니요.
빛나는 지역, 조선장문사, 1933
모윤숙 시인 / 기다림
천년을 한 줄 구슬에 꿰어 오시는 길을 한 줄 구슬에 이어 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천년에 닿도록 길고 긴 사무침에 목이 메오면 오시는 길엔 장미가 피어지지 않으오리다. 오시는 길엔 달빛도 그늘지지 않으오리다
먼 나라의 사람처럼 당신은 이 마음의 방언을 왜 그리 몰라 들으십니까? 우러러 그리움이 꽃피듯 피오면 그대는 저 오월강 위로 노를 저어 오시렵니까?
감초인 사랑이 석류알처럼 터지면 그대는 가만히 이 사랑을 안으려 나이까? 내 곁에 계신 당신이온데 어이 이리 멀고 먼 생각의 가지에서만 사랑은 방황하다 돌아서 버립니까?
모윤숙 시인 / 어머니께 바치는 詩
어머니여! 당신은 나의 처음이요 마지막 음악이십니다.
나의 태를 끊으시고 매듭지으실 적부터 인간과 접촉시켜 놓으신 운명의 주인이십니다.
웃음과 아픔의 역겨움이 당신의 품안에서 화합하였을 때 나의 生은 걸음마를 타며 당신의 눈을 쳐다 봤습니다.
눈은 서러운 타향살이로 그슬린 생활의 그런 눈은 아니었습니다. 하늘의 긴 얘기를 품은 움직이는 신비 그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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