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 시인 / 불은 꺼졌다
불은 꺼졌다! 조그마한 화로의 두어 조각 숯불은 마침내 꺼졌다!
불은 꺼졌다! 한 도막 초의 흐릿한 불빛은 마침내 죽었다!
불은 꺼졌다! 가냘픈 내 몸의 피를 끓이던 불은 마침내 식었다
아! 남은 것은 하아얀 재와 까아만 심지와 싸아늘한 등신뿐
김형원 시인 / 묘지(墓地) 1
墓地! 墓地― 그곳은 생명을 일흔 사람들의 住宅이다
그곳엔 歡樂도 업고 悲痛도 업다 愛情도 嫉妬도…… 아모 것도 업다 봄:바람 가을:비에 우는 새 웃는 꼿이 오즉 그 空虛의 主人일다
그러나 墓地! 墓地는 우리 집 門前이다
開闢, 1921년 5월
김형원 시인 / 묘지(墓地) 2
墓地― 그곳은 傳統의 아버지의 隱居한 村落이다
그네는 自己의 愛子― 傳統을 세상에 선물하고 가만히 墓地로 숨엇다
그네의 선물은 商品과 가티 世上이란 埠頭에 가득히 싸히었다
아! 人生아- 너의 이름은 「傳統의 連鎖」일다 恨업시 길은
- 開闢, 1921년 5월
김형원 시인 / 동지(冬至)
茶禮는 마치었다 우리는 팟죽 상을 바닷다 家族一同이…… 입울 속에서부터 팟죽:노래를 부르던 일곱 살 먹은 어린 누의동생까지
그러나 未久에 어린 누의동생은 수저를 노코 우두커니 안젓다-
할머니가 보시고 「아가 왜 안 먹니?」 하고 부르시엇다
「한 그릇 다 먹으면 한 살 더 먹으니까……」 어린 동생은 이러케 부르지젓다
우리는 모다 크게 웃엇다 그리고 팟죽은 마츰내 不足했다
開闢, 19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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