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시인 / 청전(靑天)의 유방
어머니 어머니라고 어린 마음으로 가만히 부르고 싶은 푸른 하늘에 따스한 봄이 흐르고 또 흰 별을 놓으며 불룩한 유방이 달려 있어 이슬 맺힌 포도송이보다 더 아름다와라.
탐스러운 유방을 볼지어다. 아아 유방으로서 달콤한 젖이 방울지려하누나 이때야말로 애구(哀求)의 정이 눈물겨웁고 주린 식욕이 입을 벌리도다. 이 무심한 식욕 이 복스러운 유방…… 쓸쓸한 심령이여 쏜살같이 날라지어다. 푸른 하늘에 날라지어다.
이장희 시인 / 쓸쓸한 시절
어느덧 가을은 깊어 들이든 뫼이든 숲이든 모두 파리해 있다.
언덕 위에 우뚝히 서서 개가 짖는다. 날카롭게 짖는다.
비ㄴ 들에 마른 잎 태우는 연기 가늘게가늘게 떠오른다.
그대여 우리들 머리 숙이고 고요히 생각할 그때가 왔다.
이장희 시인 / 벌레 우는 소리
밤마다 울던 저 벌레는 오늘도 마루 밑에서 울고 있네.
저녁에 빛나는 냇물같이 벌레 우는 소리는 차고도 쓸쓸하여라
밤마다 마루 밑에서 우는 벌레소리에 내 마음 한없이 이끌리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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