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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사윤수 시인 / 황룡사지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24.

사윤수 시인 / 황룡사지

 

 

  당신 계신 곳으로  

  오래 걸어온 동쪽입니다

  낮과 밤의 몸뚱이가 베어지고 불타고

  세월의 지문과 시간의 잔해만 남은 신전

  하얀 나비 떼 니일니일 햇빛 속으로 날아오릅니다

  아득히 자줏빛 구름이 옷소매를 드리워  

  내 눈을 가립니다

  아무것도 맹세할 수 없는 풍정

  노래와 노래가 뼈와 뼛속으로 스며드는 늪입니다

  당신의 손을 잡는 순간

  내가 산산이 부서질 예감입니다

 

  어찌 하시렵니까,

  다시 천년을

 

시집 『파온(婆媼)』(시산맥, 2012) 중에서

 

 


 

사윤수 시인

1964년 경북 청도에서 출생. 영남대학교 철학과 졸업. 201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파온(婆媼)』이 있음. 2009년 한국문화 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수혜.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