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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시마 시인 / 모네의 정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24.

정시마 시인 / 모네의 정원

 

 

팔레트정원이 모래알 빛이다. 모래알 위로 빠져나가는 바람을 본다. 바람은 너무 빨리 스치거나 머뭇거린다. 꽃잎의 총기는 알록달록 물빛을 가꾼다. 한 척 보트를 띄우고 물 그늘 아래 꽃 모자를 띄운다. 바람은 구름 사이 내려와 물화의 꽃피우는 소리에 일렁이고 꽃물결 따라 벼랑으로 타오른다. 꽃을 좋아하는 바람은 고요를 품은 아침을 기억하고 바다 속 언덕에 기대어 물살 번지는 불꽃을 피운다. 마구 흐트러진 보랏빛 공기는 호수에 머문다. 때로 오래 머물다 안개에 둘러싸여 장미를 든 흰 손에 이별을 하기도 한다. 굽은 바람도 사라질 때는 순간의 햇빛이다. 우울을 덧씌우지 않는 한 송이 꽃대처럼 꽃잎 하나하나 나사를 풀어 젖힌다. 바람의 뒷날개는 캔버스 위 포플러 잎을 흩뿌린다. 물에 비쳐 어른거리는 바람은 밀월을 꿈꿀 때 연못을 찾는다. 지구본 한 바퀴를 다 돌아나가는 수련 앞에서 누군가 웃고 있다.

 

계간 『시와 환상』 2011년 겨울호 발표

 

 


 

 

정시마 시인 / 사선에서

 

 

직선을 엎질렀어. 사선으로 미끄러지는 길은 기분좋아. 막다른 빗살들 목 줄기 팡팡 내리치고 있어. 때마침 뾰족구두가 머리카락 풀어헤친 여자를 팽개쳤어. 흑두루미 날갯짓하는 비닐봉지를 바람이 낚아챘어. 너덜거리듯 좁은 길은 툭툭 찼어. 떨어지는 그 흔한 꽃잎에 쓰윽 얼굴 베이고 나뭇가지 사이 삼각형의 길은 일제히 팔랑거렸어. 저 많은 길 어떻게 접었을까 오지 않는 택시를 바람 등지고 기다릴 때 꼿꼿한 것들은 측면에서 욱 하는 성질을 끄집어냈어. 직선의 인연 더는 거두지 않겠어. 낮달 한 조각 들꽃 핀 지붕을 베끼다 잠들고 불빛 싱싱 퍼주던 가로등도 급경사에서 멈추었어. 두 눈 감고 귀를 접어 봐. 사선으로 박힌 단단한 뼈 하나, 기억의 두 교점이 얼마나 먼 곳인지 어떻게 뒷 고집 하나로 세상 완강히 버텨내는지 길의 끝은 붉은 뇌 속으로 사라졌어. 어렴풋한 봄밤. 사선이 걸터앉은 창가에서 나만의 파롤로 청록빛 별을 새겨 넣겠어.

 

월간 『현대시학』 2010년 7월호 발표

 

 


 

정시마 시인

1959년 울산에서 출생. 200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