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일표 시인 / 나프탈렌
휘발하는 당신 아니 내 안의 봄 내 안의 아침
혈관 속에서 쿵쾅거리던 지난밤의 목소리 늘 그렇듯 돌아보면 햇살이 없는 백야
점점 말라가는 공기의 근육
당신을 떠나는 무수한 실금들을 본다. 미세한 속삭임들을 본다. 몸을 지우고 스러지는 적멸 앞에서 손에 가득 모래알 같은 당신을 쥐고 여덟 번을 부인해도 아침은 오고 누군가 남기고 간 입술만 튤립 봉오리로 남아 있다.
허공의 덩어리 잘게 썰어 흩뿌리는 안개비처럼 숨죽이고 몸을 허무는 순백의 제사 이만치 떨어져서 스러지는 낮달을 읽는 동안 가루 한 점 남김없이 날아가는 휘파람소리를 듣는다.
희미해지면서 투명해지는 모른 척할수록 더욱 명료해지는
계간 『서정시학』 2017년 겨울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미정 시인 / 가본 적 없는 방 (0) | 2019.06.25 |
|---|---|
| 서안나 시인 / 아우슈비츠의 문장들 (0) | 2019.06.25 |
| 한영미 시인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외 4편 (0) | 2019.06.25 |
| 정시마 시인 / 모네의 정원 외 1편 (0) | 2019.06.24 |
| 사윤수 시인 / 황룡사지 (0) | 2019.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