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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시인 / 아우슈비츠의 문장들
왼쪽으로 간 사람들은 역에서 곧바로 화장터로 직행했다.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손을 씻으면 왼쪽이 수상하다.
인간의 두 손엔 배신의 역사가 산다. 짐승과 해산물과 강물을 배신하고 사람과 신선초와 지구를 배신한다.
동료 수감자에게 나치보다 더 잔인했던 카포. 카포의 손엔 늘 죽음의 채찍이 들려있었다.
배신은 왼쪽에서 오고 죄가 묻은 손은 밤에도 검다. 카포는 두려움에서 탄생한다.
내 손목을 문지르면 피 묻은 나쁜 손이 있다.
손을 씻으며 폭력에 대하여, 아우슈비츠에 대하여, 굴욕에 대하여 생각했다.
내 안의 죽은 것들이 따라 젖는다. 지문이 진해진다. 내 안의 카포.
누군가 내게 악수를 청했다. 손을 내밀지 않았다.
kapo: 나치수용소 집결캠프(Concentration Camp)에서, 동료 포로를 감독하는 사람.
계간 『문학과 사람』 2019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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