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로 시인 / 가을하늘 밑에 서서
엄청나게 높고 깊은 하늘, 어이없이도 새파란 가을하늘! 끔찍한 당신의 천막(天幕)이로소이다 오오, 님이시여!
끔찍하게 넓은 하늘― 당신의 천막(天幕)! 만유는 다 당신의 군대(軍隊)이로소이다― 왕도 거지도 바다도 산도, 오오, 님이시여!
조선의 마음, 평문관, 1924
변영로 시인 / 그 때가 언제나 옵니까
그대와 내 사이에 모든 가리움 없어지고, 넓은 햇빛 가운데 옷으로 가리우지 아니한 발가벗은 맨몸으로 얼굴과 얼굴을 대할 그때가 언제나 옵니까
`사랑'과 `믿음'의 불꽃이 낡은 `말'을 사루어 그대와 내 사이에 말없이 서로 알아 듣고, 채침 없이 서로 붙잡고, 음욕 없이 서로 껴안을 그때가 언제나 옵니까
오, 그대! 나의 영혼(靈魂)의 벗인 그대! 우리가 그리우는 `그때'가 오면은, `우리 세기(世紀)의 아츰'이 오면은 그때는 그대와 내가 부끄러워 눈을 피하지 않을 터이지요, 두려워 몸을 움츠러트리지 않겠지요, 오, 그대! 언제나 그때가 옵니까?
조선의 마음, 평문관, 1924
변영로 시인 / 기분전환(氣分轉換)
동무야, 나의 사랑하는 동무야, 잊어라, 곱게 잊어라― `슬픔은 푸른 깊은 바다로서, 기쁨은 옅은 시내물로서.' 라는 옛노래를.
동무야, 나의 사랑하는 동무야, 새겨라, 가슴 깊이 새겨라― `울음은 낮게 달리운 구름으로서, 웃음은 높게 개인 하늘로서.' 라는 새 곡조를!
조선의 마음, 평문관,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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