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 시인 / 가야금
북으로 북으로 울고 간다 기러기
남방의 대숲 밑 뉘 휘여 날켰느뇨
앞서고 뒤섰다 어지럴 리 없으나
가냘픈 실오라기 네 목숨이 조매로아
조광, 1939. 1
김영랑 시인 / 강선대(降仙臺)
강선대 돌바늘 끝에 하잔한 인간 하나 그는 버-ㄹ써 불타오르는 호수에 뛰어내려서 제 몸 사뤘더라면 좋았을 인간
이제 몇 해뇨 그 황홀 만나도 이 몸 선뜻 못 내던지고 그 찬란 보고도 노래는 영영 못 부른 채
젖어드는 물결과 싸우다 넘기고 시달린 마음이라 더러 눈물 맺었네
강선대 돌바늘 끝에 벌써 불사뤘어야 좋았을 인간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김영랑 시인 / 그대는 호령도 하실 만하다
창랑에 잠방거리는 섬들을 길러 그대는 탈도 없이 태연스럽다
마을을 휩쓸고 목숨 앗아간 간밤 풍랑도 가소롭구나
아침 날빛에 돛 높이 달고 청산아 봐란 듯 떠나가는 배
바람은 차고 물결은 치고 그대는 호령도 하실 만하다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김영랑 시인 / 그 밖에 더 아실 이
그 밖에 더 아실 이 안 계실거나 그이의 젖은 옷깃 눈물이라고 빛나는 별 아래 애닯은 입김이 이슬로 맺히고 맺히었음을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김영랑 시인 / 그 색시 서럽다
그 색시 서럽다 그 얼굴 그 동자가 가을 하늘가에 도는 바람슷긴 구름조각 핼슥하고 서느라워 어데로 떠 갔으랴 그 색시 서럽다 옛날의 옛날의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김영랑 시인 / 금호강
언제부터 응 그래 저 수백리를 맥맥히 이어받고 이어가는 도란 물결 소리 슬픈 어족(魚族) 거슬러 행렬하는 강 차라리 아쉬움에 내 후련한 연륜과 함께 맛보듯 구수한 이야기 잊고 어드맬 흘러 갈 금호강
여기 해 뜨는 아침이 있었다 계절풍과 더불어 꽃피는 봄이 있었다 교교히 달빛 어린 가을이 있었다.
이 나룻가에서 내가 몸을 따루며 살았다. 물소리를 듣고 잠들었다. 오랜 오늘 근이는 대학을 들고 수방우와 그리고 선이가 죽었다는 소문이 도시 믿어지지 않은, 이 나룻가 오릇한 위치에 내 홀로 서면, 지금은 어느 어머니가 된 눈맵시 아름다운 연인의 이름이, 아직도 입술에 맴돌아 사라지지 않고, 이 나룻가 물을 마시고 받은 내 청춘의 상처 아― 나의 병아
출전 미상, 연도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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