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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지현아 시인 / 클라바우터만

by 파스칼바이런 2019. 11. 28.

지현아 시인 / 클라바우터만

 

 

  쉼표와 마침표를 나란히 찍는 습관이 있었다

  마치 잠시 말을 멈추고 하려던 말을 가다듬다가

  그냥 입을 닫아버리는

  입술과 닮았다

  어떤 잔상들이 눈에 그려지지 않고 메아리처럼

  끝말을 거듭 발음하며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듯이,.

 

  커다란 후회에 잠식당할 적엔 턱이 아팠다

  사과를 곱씹기 때문인지,.

 

  풍랑에 잠식당한 배는 깊이

  자고 일어나면 멀쩡해지곤 한다는 이야기를

  뱃사람에게서 들었다

  크게 사랑받은 배에만 깃드는 요정에 관한 이야기

  요정은 뱃사람이 눈을 감고 잠이 들면 밤새

  터져 나오려는 속엣 말까지 가만 눌러 준다고 했다

 

  사과 한 알을 등 뒤에 두고

  쉼표처럼 웅크리고 눕는 버릇이 들었다

 

  사랑받는 작은 배처럼 밤의 무게를 믿었다

 

계간 『시작』 2016년 여름호 발표

 

 


 

지현아 시인

2011년 《문학과 창작》을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