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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돈형 시인 / 평화식당

by 파스칼바이런 2019. 11. 28.

이돈형 시인 / 평화식당

 

 

  누구도 나를 노크하지 않았다

 

  가상에서 가상을 낳다 한 청년을 낳는 동안 방문은 닫혀 있어

 

  방으로 국경을 옮겨오면 자주 폭설이 내려 두 주먹으로 국경을 두드려 보았다

 

  아버지의 입냄새 같은 것이 올라왔다 저것은 함정일 거야

 

  뒤돌아 앉으면 루트는 하얗게 흩어지다 사력을 다해 펄럭였다

 

  모호한 비행이 입에서 입으로 갈아탈수록 이 바닥은 부풀었지만

 

  모니터 안에서 올리브나무는 무럭무럭 자라주었다

 

  타인들의 세계는 방금 9시 뉴스를 시작하며 사라지고

 

  어떻게 채워 놓을까

 

  한때는 그가 사라지면 되는 곳에서 지금은 뉴스처럼 그를 불러내고 있다

 

  그리고 한 청년이 국경을 넘었다

 

  국경은 이곳과 저곳을 동시에 사라지게 하는 건너의 배후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낡은 군화의 거듭되는 끈을 풀어 보지만

 

  천개의 그가 한 청년으로만 데려가고

 

  검은 깃발과 흰 글씨는 닫고 온 방에 대한 예의처럼 울지 않았다

 

  알라후 아크바르*

 

  청년은 단지 신을 용서할 뿐, 방 밖은 어디에도 없었다

 

*알라후 아크바르 : 신은 위대하다

 

계간 『시작』 2016년 여름호 발표

 

 


 

이돈형 시인

충남 보령에서 출생. 2012년 《애지》를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