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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덕규 시인 / 낙과(落果)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

이덕규 시인 / 낙과(落果)

 

 

설익은 푸른 토마토를 주워다가

책상 끝에 올려놓았는데

며칠 사이에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몇 번의

눈길을 준 것 뿐인데

아직 익지 않은 풋것의

시고 아린 맛에 대해

생각했을 뿐인데

 

더군다나 풋내기인 그에게

깊고 은밀한 인생이나

연애에 대해 말한 적은

더더욱 없는데

 

그는 언제 온몸의

핏줄에 비상등을 켜고 뒤늦게

그 푸르른 들판을 달려

저 붉디붉은

심경의 벼랑 끝에 섰을까

 

더 이상

도달할 색깔이 없는 여기서

 

한발만 내딛으면 사랑은 완성된다

 

계간 『포지션』 2017년 여름호 발표

 

 


 

이덕규 시인

1961년 경기 화성에서 출생. 1998년 《현대시학》에 〈揚水機〉외 네 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문학동네, 2003)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