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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인 시인 / 얼음과 불의 노래
시간은 눈꺼풀 위의 빙하 녹아내리는 빙장氷藏의 기억들이 살아난다 누군가 다녀간 흔적, 살아있지 않은 날 속에 갇힌 여린 날개를 꺼내면
오래된 도시, 폼페이의 불탄 눈꺼풀이 떨린다 검은 심장을 끌어안고 멈춰버린 빙장의 얼굴 불은 얼음이어서 멈춘 곳에서 시간의 얼굴을 바꾼다 사라져버린 도시의 주소처럼 허공을 맴도는 걸음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지는 불과 얼음의 이율배반, 시간이 껴안은 건 까맣게 비어버린 눈동자 거기라고 누군가 거기라고 말하는 순간 얼음은 불의 그림자로 흘러내린다
뜨거움도 차가움도 내 안에 갇힌 잿빛 영혼의 일, 나는 사라진 도시를 걷는다
맨발을 내어주고 얼음의 얼굴로 불의 얼굴로 나는 치렁치렁 흔들린다 도시의 골목은 불탄 심장의 수기 한 걸음 다음은 무수히 많은 얼음 알갱이들의 기화 얼어붙은 팔다리를 묻어야 할 곳을 찾아 휘적휘적 날개였을 지도 모르는 불꽃의 기억을 눈꺼풀 위에 올리면 나는 까맣게 까맣게 녹아내린다
입에 머금은 노래가 얼었다 녹았다 다시 얼면
격월간 《시사사》 2018년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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