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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시인 / 멈춘다고 다 나쁜 건 아니다
멈춘 건 내 키만이 아니었지 기억력이나 아이디어나 시상까지도 그랬지 멈추었다고 모두가 아둔한 게 아니듯 초록의 옷 입은 잠잠한 호수 탁류 속에서도 몸부림 한 점 없었지 투명한 먹이사슬 같은 삶의 거울 앞에 선 언니처럼 슬픈 즐거움을 뒤로할 때마다 실긋 스마일을 되뇌었지
티브이에서는 곱사춤을 추는 옥진 여사 하루 세끼 밥을 먹지 않아도 식기는 반짝거리게 닦아놓았지 피 서린 내장탕국물을 유난히 좋아한 백치의 남편 수롱은 탁주 같은 나날을 지내다 그 밤 탐욕을 삭이지 못해 눈에 핏발 섰었지 아다다, 슬픈 눈에 쌓인 수많은 이야기, 그녀에게 태초부터 없었던 언어를 칭칭 싸매 시퍼런 강물의 먹잇감으로 주고 말았지
멈춘 건 시간만이 아니지 어둑한 달 주변에 적막을 깬 물소리 아직도 핏방울처럼 빨간 통증으로 앓아누웠지
웹진 『시인광장』 2019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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