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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성식 시인 /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보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3.

홍성식 시인 /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보다

 

 

부를 이름이 줄어든다는 건 사라질 준비다

 

형도,

남서부 도시의 밤을 장악한 열아홉 어린 깡패

상대 조직의 칼에 찔려 스물이 되지 못했다

 

문석,

졸업식도 빼먹은 채 상경한 사법고시 준비생

여덟 번의 쓴잔 마시고 느티나무에 목을 맸다

 

영철,

여자 넷 사이를 오가면서도 들키지 않던 카사노바

두 살 아기가 죽자 아내는 감잣국에 청산가리를 탔다

 

명호,

끝끝내 시인이고자 했던 해사한 문학소년

자본가 장부 정리하며 살더니 편지 한 통 없이 실종

 

1989년 낄낄대며 철없이 웃던 흑백사진 속 아이들

호명(呼名)에도 대답이 없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8월호 발표

 

 


 

홍성식 시인

2005년 문예지 《시경》을 통해 등단. 시집 『아버지꽃』과 아시아-유럽 여행기 『처음 흔들렸다』 등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