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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 시인 / 핑크 증후군
당신이 당신을 믿지 못하면 분홍도 분홍을 믿지 못하죠 취향이 분홍을 만들고 분홍은 등급을 나누고 아무도 분홍의 열등감을 알아채지 못할 거예요 여자를 입었던 분홍이 당신 앞에서 또 다시 여자를 벗기고 있어요 분홍이 여자를 바꾸는 건 시간의 습성 디퓨저에 분홍을 타면 불미스러운 공기는 사라지고 관계는 연한 핑크빛으로 바뀌죠 온기를 품은 상냥한 눈빛, 헬로우 키티의 입이 왜 없는지 의문을 갖지 마세요 말이 많은 건 쓸데없이 분홍을 조절하죠 조용한 분홍빛 내숭이 좋아요 경쾌한 분홍이 필요한 침대에선 코럴 핑크, 인디 핑크, 핑크 퍼플… 형식적인 욕망에 만족하고 싶나요? 그렇다면 애쉬 핑크로 실루엣을 한 번 염색해 봐요 모발 속 지루한 멜라닌은 쏘옥 뽑아버리고 핑크 캣이 되고 싶은 절실한 체위와 만나봐요 연분홍이 핫 핑크로 물들어가는 멋진 그라데이션의 계절에 말이죠 밤의 색깔마저 분홍을 향해 전진하고 있으니 절정은 색깔의 문제 이제 분홍이 분홍을 잔뜩 껴입기 시작했어요
웹진 『시인광장』 2019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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