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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창옥 시인 / 옥스퍼드구두를 벗어던졌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1.

한창옥 시인 / 옥스퍼드구두를 벗어던졌다

 

 

  옥스퍼드구두 뒤축은 실종되었다

 

  풍선처럼 부풀다 빠지는 헛바람을 탕진한

  샌들 신은 맨드라미꽃

 

  세상은 커피향보다 먼저 증발되었다

 

  (당돌한 하이힐에 애꿎은 발등만 밟히고

  빨강 하이힐은 마구 등짝을 찔러댔다)

 

  앞니 사이가 뜬 백색 하이힐은

  허망하게 밤비에 흩뿌려졌다

 

  오지 않는 환상은 점점 뜬구름이었다

  셔츠단추 앙가슴까지 풀어놓는

  로큰롤 엘비스프레스리가 아닌

  미남배우 알랭드롱. 리처드기어도 아닌

  헐리웃스타가 대세던 시대에

 

  검은 살갗의 마대 같은 말투, 그 도도함이었다

 

  어느 순간 옥스퍼드구두를 벗어던졌다

  혼돈의 하이힐이 아닌

  솜털구름처럼 사는 거라고

  한 꺼풀 두 꺼풀 솜을 탔다

 

  시큰한 무릎 맞대고 체온을 나누었다

 

계간 『시와 사상』 2015년 여름호 발표

 

 


 

한창옥 시인

2000년 시집 『다시 신발 속으로』로 등단. 시집으로 『빗금이 풀어지고 있다』(현대시시인선62)가 있음. 계간 『부산시인』 편집주간 및 계간 『주변인과 시』 발행인 겸 편집주간 역임. 현재 계간 『포엠포엠』 발행인 겸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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