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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영춘 시인 / 사과, 이데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3.

이영춘 시인 / 사과, 이데아

 

 

  어느 한 순간은 꽃구름 속에서 잠들기를 생각하다가

 

  저녁에는 면발이 긴 국수를 먹고

 

  밤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생각하다가

 

  휘영청 밝은 달덩이를 바라보고

 

  뉴턴의 사과를 생각하다가

 

  사과 하나를 먹고

 

  먼 길 위에서 잠드는 이들을 생각하다가

 

  나는 아득히 잃어버린 나를 찾아내고

 

  꽃구름이 둥둥 희망처럼 떠다니는 그런 나라를 생각하다가

 

  희망처럼 부풀어 오른 빵 하나를 물고

 

  빵이 없는 이들에게 빵을 줄 수 있는 살찐 영혼을 생각하다가

 

  나는 눈 내리는 길 위에서 눈에 묻히는 꿈을 꾼다

 

계간 『시와 정신』 2016년 봄호 발표

 

 


 

 

이영춘 시인 / 나의 모모* 1

 

 

                         =모모, 회색의 도둑들이 내  몸과 영혼을  다 갉아 먹고

                         달아나는 오후입니다. 나는 어린 꼬마인 당신에게 내 잃

                         시간을 찾아 달라고 뛰어 갑니다.=

 

 

  내 침대는 회색병동이다 회색 유령들이 나를 끌고 간다 나는 다리 절름거리며 끌려 간다 오늘은 이 동사(動詞)의 집에서 내일은 저 凍死의 집으로 건너간다 파열음으로 건너간다 몸에서 시간이 빠져 나가는 소리, 뱀처럼 스르륵 소리가 없다 몸의 그늘은 통나무 집이 된다 울울한 우울의 통나무 집, 세상 한 쪽 난간에서 내 시간들이 지워진다 회색의 시간들이 둥둥 떠 간다 검은 눈雪, 안개 같은 암호로 일렁인다

 

* 미카엘 엔데의 작품

 

계간 『포엠 포엠』 2015년 봄호 발표

 

 


 

이영춘 시인

197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시시포스의 돌』,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네 살던 날의 흔적』, 『슬픈 도시락』』,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신들의 발자국을 따라』와 시선집『들풀』『오줌발,별꽃무늬』 등이 있음.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인산문학상. 강원도문화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 특별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