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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양안다 시인 / 파수꾼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3.

양안다 시인 / 파수꾼

 

 

  어느 날 그 애가 고백했다 저는 절 지킬 수가 없어요 자제를 할 줄 몰라요

 

  앉아있는 이 계단이 나선형이었으면 좋을 뻔했다고 생각했다

 

  창문 밖으로 사람들에게 얻어맞는 여자를 보았다 사람이 사람을 뒤엎고 있었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무슨 뜻인지 모르니까 무슨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랑은 그 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배제하는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계단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어둠은 어둠을 올라타며 어두워지는 걸까

 

  그 애는 스스로도 그 고백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 마음도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사라지자 여자는 그 자리에 누워만 있었고

 

  모든 목소리 뒤에 다른 목소리가 뒤따랐다 계단이 흔들리는 것처럼

 

  창문이 작았으면 좋을 뻔했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날 쳐다본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흔들리는 건 계단이 아니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그 애를 쳐다볼 수 없었다

 

  폭력은 잠깐 동안의 극단이며 대상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배제하는 것일까

 

  그 애의 입장에서 나를 조금만 훔쳐보고 싶었다

 

  계단의 폭이 좁았으면 좋을 뻔했다고 생각했다

  어느 것도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어떤 일도 일어난 적 없다는 듯이

 

  이유 없이 그 애를 안았다 그 애의 숨소리가 들리는데 그 애가 보이지 않았다

 

계간 『열린시학』 2015년 겨울호 발표

 

 


 

양안다 시인

1992년 충남 천안에서 출생.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뿔〉의 동인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