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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시인 / 거짓말을 지나며
이번 여름에도 거짓말이 슬쩍슬쩍 나를 지나갔습니다 동방은 어디인가? 추운 동방으로부터 왔다고 들었습니다 곧 허물어질 바람 위에 지어졌습니다 힘이 아니라 점이 아니라 선이 아니라 장미꽃 장면으로 팬스를 넘고 꽃잎을 접고 나에겐 거처가 없어요 라고 말합니다
거짓말에게서 동방의 가루약이 밝혀진대도 내 혀끝은 서쪽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아주 잠깐 믿었습니다
거짓말은 오렌지색 나직한 뱃고동 소리로 구슬프게 부릅니다 흐린 연필 끝으로 꽃을 그리며 나에겐 망치가 없어요 톱날이 없어요 위험이 없어요 라고 말합니다
한 여름 밤 여름 마지막 부분에서 뭉게뭉게 지나가는 거짓말 누군가는 거짓 시를 쓰고 누군가는 거짓 잠에서 깨고 누군가는 서쪽으로 거짓 바람을 보냅니다
여름에는 동방으로 난 창문으로 마음 놓고 거짓말이 드나듭니다
계간 『창작과 비평예』 2019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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