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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원 시인 / 죽
죽집에 간다 홀로, 혹 둘이라도 소곤소곤 죽처럼 조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죽을 기다린다 죽은 오래 걸린다 그러나 채근하는 사람은 없다 초본식물처럼 그저 나붓이 앉아 누구나 말 없이 죽을 기다린다
조금은 병약한 듯 조금은 체념한 듯 조금은 모자란 듯 조그만 종지에 담겨 나오는 밑반찬처럼 소박한 어깨들
죽집의 약속은 없다 죽 앞의 과시는 없다 죽 뒤의 배신도 없을 거라 믿는다 고성이 없고 연기가 없고 원조가 없고 다툼이 없는 죽집 감칠 맛도 자극도 중독도 없는 백자 같은, 백치 같은 죽
무엇이든 잘게 썰어져야 형체가 뭉개져야 반죽 같은 죽이 된다 나는 점점 죽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요지를 이빨 사이에 낀 채 긴 트림 하는 생고깃집과 제주흑돼지 오겹살집 사이에 죽은 듯 죽집은 끼어 있다 죽은 후에도 죽은 먹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월간 『유심』 2015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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