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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신애 시인 / 르 클레지오의 바람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2.

강신애 시인 / 르 클레지오의 바람

 

 

불어, 바람 désir의

라틴어 어원은

별을 잃어버리고 간절함만 남은 것

 

우리 말

바람願과

바람風이

동음이의어라고

중세의 수사 같은 벽안의 작가는 말했다

 

하늘을 빼앗기고

마음을 빼앗기고

분출하는 바람

 

소용돌이치는 힘이 깜깜한 세계의 광폭을 찢고 떠돌다

향수(鄕愁)처럼 자리한

그 곳,

 

바람은 거기서 씌어진다

 

한 밤의 소네트

고통에 찬 노래 가락이

 

강계와 비무장지대

이민자의 총상과 리비도를 넘어

 

씌어지고 번져간다

 

심연에서 풀무질하는 증오와 사랑

비문으로 가득한 환멸과 침묵을

덧없이 충만한

소나무 숲과 밀밭 사이로 풀어놓는 것이

바람의 일

 

바람의 공모자들은

시시각각

 

발효하듯

 

노트에 흔적을 남기고

바람의 씨앗으로 튀어 날아간다

 

속박과 욕망을 벗어나기 위한

그 숱한 바람이

바람이었다

 

월간 『시와 표현』 2016년 8월호 발표

 

 


 

강신애 시인

1961년 경기도 강화에서 출생. 1996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시  〈오래된 서랍〉등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는 『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창작과 비평사, 2002)과 『불타는 기린』(천년의시작, 2009),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시인동네, 2014)가 있음.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