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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식 시인 / 도화살(桃花煞), 그녀
귀신처럼 예뻤다 눈을 가진 것들은 그녀에게로 향했다 입을 가진 것들은 몰려들어 노래 불러주었다 살아 있는 것들 모두 비스듬히 그녀 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멀리서도 환했다 푸른 하늘은 거울이 되어주었고 해와 달도 일월오봉도 병풍속인듯 하였다 바람도 알맞은 속도로 불어 살랑살랑 몸 흔들리기라도 하면 벽에다 주먹 쿵쿵 치는 일도, 고함지르는 일도 주로 이맘때 봄날의 일이었다 자주 배가 고팠고 물이 땡기던 일도 이 무렵이었다
비누 냄새가 스멀스멀 밤마다 스며들어 복숭아 꽃 빛깔 여드름으로 돋아날 때 낮밤 구분없이 달려가고 싶던 그 골목길 끝에 꽃나무 한그루 서 있었다 봄날을 희롱하듯
삼가 하라는 말, 멀리하라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양귀비였다가 베아트리체였다가 시시때때로 몸 바꿔가며 사람으로 분장하며 찾아들 때마다 아랫도리에 자꾸 손이 가던
누군가 간절히 그립던 한 시절이 있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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