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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춘리 시인 / 핑크씨티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5.

김춘리 시인  / 핑크씨티

 

 

우리의 신분은 분홍색입니다

 

별들의 매듭이 풀어질 때

물소의 젖을 짜는 손목에는 단호함이 있고

비릿함이란 풀들의 눈물 같아서

공손히 따른 토분 찻잔 속에 섞이지 못한 어린 물소의 혀는 모두 분홍색입니다

 

우리는 유전자가 필요할 때

별자리를 기어 다니는 버릇이 있습니다

 

팔등에 전갈을 키우시는군요

 

낙타와 코끼리는 노동을 하고 개와 소들이 무위도식하는 사이

가난한 여인들이

팔목에서 전갈의 집게발을 꺼냅니다

문신에는 처음부터 독성은 없었다고요

 

도시를 지키는 코브라는 유연하고요

붉은 혀를 날름거리는 자세는 냉장고가 생각나는군요

공작새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피리소리를 주워 담는 수호자들

 

스카프 매듭은

부드러운 경외를 문지르고

아침에 드리는 인사는 근질거리는 코를 뚫어 보석을 박는 일

 

바람의 언덕은 경사가 없습니다

언덕이 무너졌나요? 처음부터 언덕은 없었다고요

 

쥐들은 핑크빛으로 물들고

 

팔등에 전갈은 죽어가고.

 

웹진 『시인광장』 2019년 9월호 발표

 

 


 

김춘리(金春里) 시인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 2011년 《국제신문》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 (고요아침, 2013)와 『모자 속의 말』 (문학수첩, 2017)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