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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일 시인 / 루시*
캄캄한 지하 방에서 함께 노래를 듣는 사람, 오늘부터 네 이름은 Lucy야
‘태양을 눈에 담은 소녀’도 루시. 내 눈동자와 50광년 떨어진 백색의 별도 루시, 수많은 루시 중 맨 처음 내게서 루시라는 이름을 차지할 줄 알았던 사람, 가장 나중까지 루시로 남는 법을 알았던 사람
주먹도끼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이름도 소용없는 허허벌판에서 늑대 눈빛으로 불리었던 사람
그가 루시의 이름을 갖기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네, 폐허를 사랑한 과학자에 의해 발굴되었을 뿐, 녹슨 갈비뼈에서 개미 떼의 허기를 털어낼 때, 라디오에서는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왔고, 이름 없는 돌멩이에서는 루시가 흘러나왔지
메이사, 미자르, 아딜...... 과학자의 망치에 수많은 이름이 스쳐 지나갔지만 ‘다이아몬드와 하늘에 있는 루시’를 배경으로 320만 년 어둠을 견딘다는 것, 그리 아득하고 어려운 일만은 아니지
자정보다 깊은 지하 방에서 함께 비틀스를 듣는 사람, 이제부터 나는 너의 루시야
윤달에 태어나 거저 지어진 나의 이름은 潤日, 지금 내 이름의 배경은 쓸데없이 남아도는 달(月)의 노래이지만, 늑대 울음이 이름인 슬픈 조상을 닮아 물수변을 달았지만, 320만 년 접힌 무릎을 견디고 어둠에서 건져질 나의 이름은 루시야
*인간의 조상이자 최초의 인류 화석. 에티오피아에서 발굴 당시 라디오에서 비틀스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라는 음악이 흘러나와 화석 이름을 루시(Lucy)라고 붙이게 되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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