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산 시인 / 우리는 잊기 위해
오이꽃 피면 뻐꾸기 우는 숲에 간다 내 안의 노랑 꺼내놓고 상한 꽃잎 깁는다
뻐꾸기가 키우는 숲의 그늘 그늘을 베고 누운 사랑할 기회를 놓쳐버린 사랑해야하는 것들의 흐느낌
노란 머리핀이 어울리는 저 아이, 내게로 떨어지는 별똥별, 아이가 사라지는 골목 어디쯤 어쩌면 우리가 피어나는 그때,
눈부신 날이에요, 시작되는 도마질, 엎드려 닦아내는 하루, 수줍은 손이 서투른 손에게 내 노랑을 받아주세요,
오이꽃이 희미하게 웃었다면 잊기 위해서일까 잊지 않기 위해서일까 노랑은 브레이크가 없다 지치면 가시가 돋을 뿐
놓쳐버린 것들이 자꾸 피어난다 눈 감으면 어쩌자고 더 선명해진다 레테에 띄운 이름이 되돌아오고 있다
오이꽃 지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노랑은 씩씩하다 다시 시작되는 잊기 위해
웹진 『시인광장』 2019년 9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백겸 시인 / 지질시간 (0) | 2019.12.15 |
|---|---|
| 이학성 시인 / 길 위의 生 (0) | 2019.12.15 |
| 장성호 시인 / 감염 (0) | 2019.12.14 |
| 김민철 시인 / 남의 집 (0) | 2019.12.14 |
| 류미월 시인 / 기차는 달리고 시는 써지지 않고 (0) | 2019.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