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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성호 시인 / 감염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4.

장성호 시인 / 감염

 

 

 우리는 나란히 걸었다. 따라오지마 서로에게 말하면서. 바람도 노래도 없는 밤이었고 곧 밤도 없어질 것 같은 그런 밤에. 모퉁이마다 그림자를 떼어두었다. 떼어놓은 그림자들은 다시 제멋대로 자라나고 우리를 훔쳐보기 시작하고, 따라오지마 뒤돌아보며 말했는데 어느새 골목에 가득한 검은 발자국들. 우리를 앞질러 가고 있었구나. 따라가지 말자 그렇게 말하고는 네가 있는 쪽을 봤는데 네 숨소리는 반대쪽 어깨에서 들리고 금 간 벽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지. 반대쪽을 보지 않았지. 대신 상상했다. 내 어깨에 닿은 너의 어깨를. 그러자 안심이 되어서 뒤돌아 걸으며 따라오지마 다시 말하는 내가 있고 아무도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가만히 서서 몇 개의 모퉁이를 만들었다 지웠는데, 검은 발자국 위로 누군가 흰 발자국을 찍고 있었다. 따라오지마 막다른 골목을 빙빙 돌면서 중얼거렸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9월호 발표

 

 


 

장성호 시인

2015년 제 14회 대산 대학문학상 시 부문 당선.